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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법률신문 - [200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민법(재산편) 上
작성자김정욱등록일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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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26]
[200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민법(재산편) 上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법학대학원)
Ⅰ. 서론
2008년에 나온 민사판례를 살펴보면,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면서 판례가 계속 발전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틀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 틀을 깨트리려는 시도가 맞부딪치고 있는 판결들이 상당수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사안에 기존의 판례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상황에 맞게 판례 법리를 변응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과거에는 소를 제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사안에서 권리나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와 중요한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도입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글의 맨 마지막에서 다룰 유체인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대법관들이 우리 사법사상 가장 치열한 논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변화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사법의 영역에서도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별 판결들이 내포하고 있는 참뜻을 찾아내고 그 합리성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판결이유나 결론의 당부를 검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 변화의 동력을 읽어야 할 것이다.
Ⅱ. 종중의 본질과 종중규약의 자율성 : 대판 2008. 10.9, 2005다30566
1. 이 사건에서 종손에게 종중의 대표자인 회장 후보자를 추천할 권한을 부여한 종중회칙이 유효한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위 회칙이 유효라고 판단하면서,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2. 이 판결의 결론에 대한 평가는 두 방향에서 행해질 수 있다. 하나는 단체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종손은 남자인 데다가 출생으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남녀평등을 비롯한 평등의 원칙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종손에게 회장후보자 추천권을 부여한 종중규약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종중에서 종손은 제사를 주재하는 등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고, 종중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 사건 종중규약에서 종손에게 회장후보자에 대한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회장 선출권한은 종무위원회가 갖고 있는 등 견제장치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종중규약이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종중은 사법상 단체로서 그 조직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이 사법상 단체의 대표자 선출에 관한 규정을 무효화하는 등으로 단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규정에 배치될 수 있다. 종중의 규약에 대해서도 그 자율성을 넓게 인정하고 이것이 지극히 불합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여 이를 무효화해야 한다.
이 판결에서 종중의 조직구성에 관해서는 위와 같이 자율성과 독자성을 존중하고 있지만, 종중이라는 단체의 성립 자체에 관해서는 자율성을 부정하고 있다. 즉, 종중은 공동선조의 사망과 함께 그 공동 후손으로 성립하는 자연발생적 단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발생적 단체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자연발생적 단체설은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에 연유한다기보다는 ‘일제에 의하여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 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와 합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에도 반한다. 판례의 입장은 개인으로 하여금 그 의사와 무관하게 무수히 많은 단체 소속원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판결이 종중의 구성에 관하여 독자성과 자율성을 인정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종중의 성립 자체에 관해서도 자율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Ⅲ.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
1. 2000년대에 들어와 법인격의 부인 또는 남용에 관하여 중요한 판결들이 나왔다. 대판 2004. 11. 12, 2002다66892는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대판 2008. 8. 21, 2006다24438은 위 판결을 토대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것인지 여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구체적인 판단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일반론으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또는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판 2006. 8.25, 2004다26119와는 달리 회사제도의 남용을 인정하기 위해서 주관적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에서 채무면탈을 인정할 객관적 요소에 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할 뿐이고, 주관적 요소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는 데 주관적 요건은 필요하지 않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판결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서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사이에 재산 또는 자금의 혼용이 없다는 이유로 채무면탈에 관한 사정을 부정하였는데, 재산 또는 자금의 혼용 여부는 법인격 남용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2. 대판 2008. 9.11, 2007다90982는 법인격 남용에 관하여 중요한 선례인 대판 2001. 1.19, 97다21604의 법리를 좀더 발전시켜, 법인격의 형해화와 남용을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다. ①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②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판결은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를 처음으로 법인격 형해화와 법인격 남용으로 명백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판단시기와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3. 위 두 판결은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론에서 선례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론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법인격 무시론이 문제된 1,600건 중 법인격을 부인하고 책임을 인정한 사건이 40%가 넘는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그리하여 법인격 부인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법인격을 남용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의 배후자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서너 건밖에 없다. 우리 실무에서는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의 법리를 억제해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당한 태도인가?
미국에서는 ‘disregard of the corporate entity(법인격의 무시)’ 또는 ‘piercing the corporate veil(회사의 베일을 꿰뚫는 것)’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회사가 법인격이 있더라도 그 배후자의 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회사의 법인격을 무시하고 배후자에게 책임을 추궁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법인격 부인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법인격 자체를 부인하는 이론이라는 인상을 주고, 이것이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인격이 부인되더라도 법인이 법인격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영미법에서는 법인의 본질에 관하여 법인의제설이 우세하고 이러한 법인의제설은 법인격부인론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법인의 본질론과 법인격부인론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다만 법인격부인 또는 남용에 관하여 설명하는 방식만이 달라질 뿐이다. 법인의제설을 따를 경우에는 법인격부인론을 법인이라는 법적 의제를 무시하고 그 배후에 있는 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달리 법인실재설을 따를 경우에는 법인의 실체를 파악하여 그 배후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법인의제설을 따르지 않더라도 법인격부인 또는 남용을 인정할 수 있다.
법인은 그 구성원인 사원으로부터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고,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회사와 그 주주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법인은 그 채무와 행위에 대하여 법인의 재산만으로 책임을 진다는 유한책임의 원칙은 단체법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분리의 원칙이나 유한책임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법인격 부인을 좁게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인의 사원 등 그 배후자가 법인제도를 이용하여 불법적 행위를 하거나 모험을 하는 경우에 그로 인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법인」이라는 법형식이 무조건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그 배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법인이라는 형식을 깨뜨리고 그 실질에 맞게 배후자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사실인정의 문제이지만, 법원은 개별적인 경우에 형평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충실하게 심리하고, 법인격 남용의 법리를 좀더 전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Ⅳ. 일조방해
1. 일조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 대판(전) 2008. 4.17, 2006다35865
(1) 이 사건에서는 위법한 건축행위로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는지 문제되었다. 피고가 건축주로서 아파트를 신축하여 1995. 11.20.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 일조방해가 발생하였다. 위 시점부터 일조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어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한다.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견해 중 일조방해로 인하여 발생하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도 건물의 완성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의 성립시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법행위의 전형적인 한 유형인 자동차 사고의 경우에 그 피해가 나중에 현실화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의 성립시부터 진행한다. 물론 불법행위시에 예견할 수 없는 장애가 나중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후유장애가 발생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위법한 건축으로 일조방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계속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는 건축이 완성되었을 때 예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에서 ‘소유자 등이 철거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일조방해 사안’과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일조방해사안’을 구분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달리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다수의견은 불법행위가 계속하여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손해도 계속 발생하여 나날이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나날이 발생한 새로운 각 손해를 안 날로부터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판례(대판(전) 1966. 6.9, 66다615)를 일조방해사례에 적용한 것이다.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된다. 이 경우에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조를 방해하는 건축물의 소유자 등이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데 일조방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위법한 방해자는 피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계속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반대의견은 일조방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구분하여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달리 정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조방해사례에서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엄밀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불법행위에서 행위 당시 정신적 손해를 엄밀하게 예견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정신적 손해를 평가하여 위자료 액수를 정한다. 일조방해의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완성 시점에 정신적 손해를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간명한 분쟁해결방식이다. 일조를 방해하는 위법한 건축을 한 경우에 불법행위가 계속된다고 보면,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심지어 영구화될 것이다. 그로 인한 비효율을 막으려면, 위법 건축으로 인한 일조방해의 경우에 가해 건물의 완성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아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판결은 건물의 완성으로 일조를 방해하는 사태의 전개가 종결되었다고 보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법적 분쟁을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언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일조이익(日照利益)의 귀속주체 : 대판 2008. 12.24, 2008다41499
(1) 원고 등 76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피고 회사가 시행자로서 이 사건 학교 부근에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조권에 기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 등의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고 등이 학생으로서 이 사건 학교 교실과 운동장 등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이는 공공시설인 학교시설을 방학기간이나 휴일을 제외한 개학기간 중, 그것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이 사건 학교를 점유하면서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서 생활이익으로서의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지지하였다. ‘여기에서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일조이익을 향유하는 ‘토지의 소유자 등’이란 토지소유자, 건물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또는 임차인 등의 거주자를 말하는 것으로서, 당해 토지·건물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사람은 이러한 일조이익을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2) 이 판결은 일조이익의 향유주체에 관한 경계선을 임차인 등 거주자와 일시적 이용자 사이에서 긋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소유권은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로서(민법 제211조), 자신의 토지나 건물의 인근에 건물 신축으로 햇빛이나 조망이 차단되는 경우에도 소유권의 내용이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조방해는 생활방해 금지에 관한 민법 제217조에서 정하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규정은 토지의 소유자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점유자, 특히 임차인의 경우에도 적용되거나 적어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217조에서 피해자 또는 인용의무의 주체를 ‘이웃 거주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웃거주자가 소유자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규정에 따라 방지조치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이웃거주자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임차인이 이웃거주자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일정한 장소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또는 공원 등 일정한 지역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일조방해를 받는 학교의 학생을 일시적 이용자라는 이유로 일조이익의 향유주체에서 배제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거주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일 학생을 거주자에 포함시킨다면, 일조권의 주체가 지나치게 확장될 것이다.
Ⅴ. 계약의 해석 ― 융통어음을 이용한 상업어음대출이 신용보증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판(전) 2008. 5.23, 2006다36981
1. 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이 상업어음할인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보증을 하였는데, 금융기관이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처분문서인 신용보증서의 해석을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한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의 상업어음할인 특약에 의해 신용보증을 한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님이 드러났다 해도 그 할인에 의한 대출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원고가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처분문서인 이 사건 신용보증서상의 신용보증조건에 관한 특약에 대한 문리해석을 통하여 다수의견과 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즉,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 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자금융통을 목적으로 하여 발행된 융통어음이나 그 융통어음의 할인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한다.
2. 종래 대법원은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경우에는 어음할인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경우와 달리 금융기관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한 후 그 대출한 자금이 기업구매자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그 대출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6. 3.9, 2004다67899 등). 그러나 상업어음할인대출과 기업구매자금대출 사이에는 결론을 달리할 만큼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두 경우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견해를 통일할 것인지 문제된다. 금융기관으로서는 진정한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 않다. 다수의견은 결국 융통어음을 이용하여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하여 대출을 한 경우에 그 위험을 금융기관에 귀속시키지 않고 신용보증기금인 원고(또는 구상금채무의 보증인)에게 귀속시킨다.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진정한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인한 경우에는 나중에 그 어음이 융통어음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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