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제목법률신문 - [200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민법(재산편) 下
작성자김정욱등록일2009-05-04
첨부파일 
[ 2009-04-02]
[200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민법(재산편) 下
김재형 교수(서울대 법대·법학대학원)
Ⅵ. 건설공제조합의 하자보수보증과 구상권 : 대판(전) 2008. 6.19, 2005다37154
1. 원고(건설회사)는 이 사건 주계약상의 보증인이고, 피고(건설공제조합)는 이 사건 하자보수보증계약상의 보증인이다. 원고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고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원·피고가 민법 제448조가 준용되는 공동보증인의 지위에 있는지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조합원의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한 건설공제조합과 주계약상 보증인의 관계를 공동보증인으로 보고,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민법 제441조 이하)에 따라 상호 구상을 인정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보증보험의 보험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상호 구상을 부정하는데, 이 사건 주계약상의 보증인인 원고와 이 사건 하자보수보증계약상의 보증인인 피고가 민법 제448조가 준용되는 공동보증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한다.
2. 건설공제조합에 의한 하자보수보증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이를 보증이라고 파악하지만, 반대의견은 보증적 성격을 인정하더라도 보험적 성격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적 성격에 관한 결론에 따라 보증에 관한 규정과 보험에 관한 규정 중 어느 한 쪽을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건설공제조합의 하자보수보증계약은 보증보험계약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보증계약과는 계약의 체결시기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그 형태가 다르므로, 당연히 공동보증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다수의견은 상호 구상을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결과를 도출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조합 혹은 보증보험자의 책임이 주채무자는 물론 연대보증인까지도 현실적인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종국적으로 현실화되는 금전지급채무로 국한된다고 보고, 이 사건과 같은 관급공사에서 주계약상 채무자인 보험계약자의 하자보수보증의무 불이행의 경우에 발생하는 조합 혹은 보증보험자의 채무와 연대보증인의 채무는 통상적인 공동보증채무관계에 있지 않다고 한다.
3. 이 사건의 관건은 하자보수보증의 법적 성격보다는 건설공제조합이 수급인의 불이행으로 인한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먼저 주계약상 보증인은 수급인의 불이행에 따른 모든 손해를 이행할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주계약상 보증인은 주계약 체결시에 건설공제조합의 하자보수보증과는 무관하게 보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공제조합이 하자보수보증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주계약상 보증인에게 구상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와 달리 건설공제조합은 공사가 완성된 후에 하자보증을 하였기 때문에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을 인수한 것인지, 아니면 연대보증인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그로 인한 책임을 인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반대의견과 같이 건설공제조합이 ‘주채무자는 물론 연대보증인까지도 현실적인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종국적으로 현실화되는 금전지급채무’를 부담하기로 하였다면, 주계약상 보증인(원고)이 건설공제조합에 대하여 구상을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반면에 건설공제조합이 주채무자의 연대보증인과 상관없이 주채무자의 하자보수의무 전체를 보증하였다면 구상을 인정해야 한다. 건설공제조합의 하자보수보증계약에서 어느 범위에서 채무를 보증한 것인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건설공제조합은 스스로 마련한 계약서 문언의 불명료함으로 인한 위험을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이와 달리 건설공제조합이 자신의 채무를 명시적으로 한정하여 채무를 부담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Ⅶ. 채권자취소권 : 대판 2008. 12.11, 2007다69162
1. 2008년에도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법상황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민법 규정과 그 해석만으로는 문제를 적정하게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위 판결의 사안과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A회사는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피고에게 38억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A회사의 채권자인 원고 B가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는 A회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 중 각 일부를 임차한 임차인들과 사이에 임대차보증금은 임차인들이 A회사에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으로 갈음하기로 하여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임차인들로부터 임료를 지급받아 왔다. 원심은 사해행위 이후에 수익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함으로써 얻은 이득의 반환 역시 원상회복의 범위에 속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임대하여 얻은 임료상당액을 원상회복으로서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로서 취소된 경우에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사해행위 이후 그 부동산을 직접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임대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초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이루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은 당해 부동산이었을 뿐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사용이익이나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료상당액까지 채무자의 책임재산이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익자 등이 원상회복으로서 당해 부동산을 반환하는 이외에 그 사용이익이나 임료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원상회복의 전제가 되는 사해행위의 취소가 없는 이상 원상회복청구권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함이 없이 원상회복만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고 C, D의 경우 피고를 상대로 위 매매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았는데도 원상회복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채권자취소권에서 원상회복은 사해행위인 법률행위가 없었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공취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책임재산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인 A회사가 이 사건 건물 중 일부를 임차인들에게 임대하고 있었고, 수익자인 피고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한 다음 이를 위 임차인들에게 다시 임대하였다. 채무자인 A회사와 수익자인 피고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임대료 수입은 채무자인 A회사에 귀속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수익자가 원상회복으로서 당해 부동산 뿐만 아니라 그 사용이익이나 임료상당액을 반환해야만 책임재산이 회복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해행위취소를 청구하지 않고는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청구취지에 원상회복만을 구하고 있고 사해행위를 취소해달라는 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구원인에서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가 명백하다면 원상회복청구에 대한 실체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심 법원은 석명권을 행사하여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Ⅷ. 부당이득에서 이른바 운용이익의 반환범위 : 대판 2008. 1.18, 2005다34711
1. 원고가 피고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매매대금 7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였으나, 피고 종중의 대표자가 위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법한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었다. 피고는 위 매매대금을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예치하였다. 원고는 위 매매대금에서 발생한 정기예금이자 중 피고가 반환하지 않고 인출·사용한 47,079,030원에 관하여 원고가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부당이득한 재산에 수익자의 행위가 개입되어 얻어진 이른바 운용이익의 경우, 그것이 사회통념상 수익자의 행위가 개입되지 아니하였더라도 부당이득된 재산으로부터 손실자가 통상 취득하였으리라고 생각되는 범위 내에서는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에 포함된다. 위 정기예금이자 상당액은 사회통념상 피고의 행위가 개입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위 매매대금으로부터 원고가 통상 취득하였으리라고 생각되는 범위 내의 이익으로 볼 수 있어, 피고가 반환해야 할 이득의 범위에 포함된다’라고 판결하였다.
2.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에 통상 매도인은 그 대금에 법정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는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매도인이 매매대금으로 받은 금전을 정기예금에 예치하여 얻은 이자가 반환해야 할 부당이익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정기예금의 이자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부당이득으로서 당연히 반환해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판결은 부당이득에서 이른바 운용이익의 반환을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판단한 데에는 금전을 정기예금에 예치함에는 예치자의 특별한 노력이나 비용, 수완 등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점, 이 사건 매매대금이 정기예금에 예치되어 있던 기간의 대부분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부터 2002년 2월까지로서 예금의 이율이 역사상 이례적으로 높던 시기이므로 일반인의 경우 여유자금이 있다면 통상 은행에 예금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Ⅸ.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 대판 2008. 4.10, 2005다48994
1. 이 판결은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른바 ‘군산시 윤락가 화재사건’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 화재로 사망한 여종업원들(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이 이 사건 유흥주점들 내부에서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망인들의 유족들이 대한민국, 전라북도, 군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대한민국과 군산시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전라북도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2. 판례(대판 1993. 2.12, 91다43466)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데 그 판단기준은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인지, 그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이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판결은 위 판례 법리를 유흥주점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으며 생활하던 여종업원들이 유흥주점에 화재가 났을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사안에 적용한 것으로, 소방법상의 직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소방법의 규정들은 단순히 전체로서의 공공 일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에서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이 소방법에서 정하고 있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위법성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화재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소방법상의 의무위반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사안에서 나타나는 여러 특수성에 비추어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즉, 이 사건 화재사고 발생 전에 이미 군산시 대명동에서 유흥주점에 화재가 발생하여 윤락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무렵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유흥주점들과 같은 업소들에서 유흥접객과 윤락행위가 행해지고 있었고, 여종업원들에 대한 감시·감금 기타 어떠한 통제를 위하여 1층과 2층 사이의 철제문을 잠가두는 경우에는 화재 등 사고 발생시 건물 내부에 갇힌 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에서 망인들의 사망의 원인과 태양이 바로 위 철제물에 가로막혀 2층으로 피신하지 못한 채 문 앞에서 모두 질식사’하였는데, 이는 소방공무원의 직무 위반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다. 나아가 소방공무원이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문의 존재를 인식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점검부에 피난장애시설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기재 및 보고를 하였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넓게 인정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Ⅹ. 유체인도 : 대판(전) 2008. 11.20, 2007다27670
1. A는 1947년 B와 혼인하여 원고 등 3남 3녀의 자녀를 두었고, 1961년 이후 B와 떨어져 C와 동거하면서 자녀로 피고들을 두었는데, 2006. 1.8. A가 사망하자 피고들은 A의 유체를 양평공원묘원에 있는 분묘에 매장하였다. A의 장남인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A의 유체를 인도하라는 청구를 하였다. 원심은, 관습상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가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가 종손으로서 그에 대한 제사를 주재할 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였으나, 그밖에 3개의 반대의견과 3개의 보충의견이 있다.
(1) 제사주재자의 결정 방법
민법 제1008조의 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전에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하였다(대판 2004. 1.16, 2001다79037). 그러나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속인들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가족 구성원인 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동상속인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제사주재자가 정해져야 하나,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고 하였다.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제사주재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관해서 두 개의 반대의견이 있다. 하나는 다수결로 제사주재자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사에 관한 소송의 이념 및 다양한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의 당부를 심리·판단하여 제사를 주재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동상속인을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2)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의 효력
다수의견은 유체·유골에 관해서도 민법 제1008조의 3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즉, ① 분묘에 안치되어 있는 선조의 유체·유골은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고, 피상속인 자신의 유체·유골 역시 위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그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② 피상속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제사주재자로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지만,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도 2개의 반대의견이 있다. 먼저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은 제사용 재산인 분묘와 함께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본 다수의견에는 찬성하지만, 제사주재자가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이와 달리 유체의 귀속은 아예 분묘의 귀속과 분리하여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그 본래적 성질에 좇아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생전에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한다. 나아가 망인의 의사대로 이미 장례나 분묘개설 기타 유체의 처리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체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에 기하여 그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2.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에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의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이 판결은 원문이 60면으로서 판례공보에 무려 36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는데, 대법원 판결 중 가장 긴 민사판결로 생각된다.), 현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장과 반박이 이어졌다. 가히 의견들이 쟁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수의견이 다룬 주요 쟁점, 즉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해서는 이 사건의 해결과 무관하다고 보아 찬부 의견을 밝히지 않는 반대의견도 있다. 혼란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법적 논의의 예리함을 보여주는 소중한 판결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같은 구성과 전개만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흩어져야 그 속에서 조금씩, 아니 현격하게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세한 논의 -제사주재자의 의미, 그 결정방법, 관습 또는 관습법의 존부와 그 효력, 법률의 흠결의 인정여부, 조리의 판단방법 등- 가 필요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그 유체의 처리에 대하여 死者의 의사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수의견에서는 유체의 처리에 관하여 사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는 ‘피상속인의 유체·유골의 처분이나 장례방법에 관한 생전 의사표시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한다. 과연 유체의 처리에 관하여 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도의적 의무인가 아니면 법적 의무인가? 반대의견은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하여는 망인의 종국적인 의사가 1차적인 기준이라고 한다. 그 근거는 먼저 사자의 인격권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인격권의 핵심에 해당하고,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당사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물론 그 사후에도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사람이 사망한 후에는 더 이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행법의 일반원칙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권리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기 신체의 처분이나 장례방법·매장장소 등에 관한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사후에까지 유지시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까지 부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반대의견은 사람의 신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신체는 그의 본질적 속성이다. 그리고 신체는 가장 뚜렷한 ‘내 것’으로서, 내가 소유하는 어떠한 물건보다도 더욱 현저하게 나에게 속하며 나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다. 그런데 사람의 사망으로 생전에 신체가 속하던 그 ‘사람’은 사라지고, 유체의 처리는 살아 있는 자들의 일이 된다. 유체가 이제 ‘물건’이 되어서 그에 대하여 소유권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장례와 같은 사후처리, 나아가 제사·공양 등을 할 수 있는 권능, 또 그와 같은 의무가 따르는 특수한 객체임은 물론이다”
3. 사람이 사망후에 남는 시신이 소유권의 객체인 물건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수설은 소유권의 객체가 된다고 보았으나, 이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시신을 소유권의 객체로 보는 견해도 그 소유권의 내용은 보통의 소유권과 같이 사용, 수익, 처분할 수는 없고, 오로지 매장, 제사 등을 할 수 있는 권능과 의무가 따르는 특수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자 자신의 인격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하급심판결 중에 사자의 인격권을 긍정한 사례들이 있다. 필자는 사람이 이미 사망한 이후에도 그 인격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김재형, ‘모델소설과 인격권’, 인권과 정의 제255호(1997. 11), 66면 이하).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망한 사람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사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훼손시키는 행위를 금지시킬 수 없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자의 인격권을 인정해야 한다.
유족 고유의 인격권 보호를 통해 망인의 인격권을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유족 고유의 인격권 보호를 통해서는 사자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사자의 인격권을 인정할 실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격적 이익에 대한 사자의 의사나 이익과 유족의 의사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사자의 인격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사건에서 일부 유족의 의사와 사자의 의사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open@lawtimes.co.kr
Copyright (c) The LawTimes All rights reserved.
  목록